인플레이션 텍스 (Inflation Ta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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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제 돈 안 아까운 사람이 있을까? 김밥 말아 팔아서 평생 모으신 거액의 돈을 대학에 쾌척하시는 할머님도 돈이 아깝기는 우리 필부와 마찬가지일 것이다. 당신이 뼈 빠지게 일해서 버신 돈이니 더욱 귀한 돈일 것이다. 귀한 돈을 더 귀한 데 쓰겠다는 할머님의 마음이 우리 보통 사람과 다를 뿐이다.

 사람들이 힘들게 번 돈의 일부를 걷어 가는 조직이 정부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세금이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이 새벽부터 저녁 늦게 까지 일해서 번 돈의 일부를 징수해 간다. 제 돈 가져가는 데 좋아할 사람은 없다. 아무리 돈이 많은 사람들도 제 돈 내놓기가 싫은 것은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부자들도 감세를 좋아한다.

 

세금은 왜 걷을까?

정부가 세금을 걷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국토를 지키고, 시민의 안녕을 보살피고, 사법제도를 확립해야 하고, 소외된 계층을 보살피고, 다음 세대의 성장 잠재력을 키워야 하는 데는 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돈을 벌지 못하는 정부로써는 국가 운영에 필요한 재원을 국민의 세금으로 확보해야 한다. 정부가 세금을 걷어 들이는 방법이나 돈을 쓰는 우선순위가 대다수의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면 국민들은 세금에 염증을 느끼게 된다.


다수의 국민들이 반대하는 국책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과정에 필요한 정부지출을 세금으로 충당하지 못하면 정부의 살림살이(재정)는 적자가 된다. 재정적자는 정부가 빚을 내어 보전해야 한다. 정부가 채권을 발행하는 것이다. 정부에 대한 신뢰가 약하면 국민들은 선뜻 정부가 발행한 채권을 구매하지 않는다. 이러한 경우에 정부가 할 수 있는 방안은 중앙은행으로 하여금 정부가 발행한 채권을 구입하도록 하는 것이다.

문제는 중앙은행이 정부가 발행한 채권을 사들일 수 있는 재정적 여유가 없다는 점이다. 정부는 중앙은행을 통하여 돈을 찍어낼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따라서 중앙은행은 돈을 찍어서 정부의 재정적자를 보전시킬 수 있다.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화폐는 금이나 은과 같은 귀금속과 태환되지 못하는 지폐이다. 이 지폐는 정부에 의해서 법적으로 그 액면 가치가 보장되어 있을 뿐 실질적인 가치는 전혀 없다.

 
정부는 국토를 지키고, 시민의 안녕을 보살피고, 사법제도를 확립해야 하는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세금을 걷는다. <출처:NGD> 
 

화폐를 새로 발행하면 화폐의 가치가 하락한다

중앙은행이 정부를 위해 신규 발행한 화폐로 인하여 시중에 유통되는 총통화량은 증가한다. 이에 따라 화폐의 가치는 하락한다. 물론 신규 발행한 화폐를 처음으로 받아쓰는 사람은 새로 찍은 돈으로 인한 통화 가치의 하락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러나 새로 찍은 돈이 시중에 점차 유통되면서 모든 사람들은 화폐가치의 하락이라는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된다.

화폐가치가 하락하면 사람들은 종전과 동일한 수량의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하는데 종전보다 더 많은 돈을 지출해야 한다. 즉 실질적으로 소득이 감소하는 것이다. 마치 정부가 세금이라는 이름으로 내 월급에서 돈을 빼간 것과 동일한 효과가 발생한 것이다. 통화 공급 확대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국민의 소득을 실질적으로 줄이는 세금(tax)이 된 것이다. 인플레이션 택스(inflation tax)이다. 결국 인플레이션 택스는 법정지폐 통화와 정부의 과소비가 함께 만들어낸 합작품이다.
 

통화 공급 확대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결국 국민의 소득을 실질적으로 줄이는 세금(tax)이 된다. <출처:NGD>

 인플레이션 택스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한 사람은 뉴욕 연방준비은행의 총재인 루물(Beardsley Ruml)로 알려져 있다. 그는 American Affairs라는 잡지의 1946년 1월호에 게재한 글('Taxes for Revenue Are Obsolete')에서 인플레이션이 원천적으로 국민들로부터 세금을 징수하는 것과 동일함을 밝혔다. 그는 세금 부과의 기본 취지가 경제활동의 결과로 발생하는 부와 소득의 불균형을 완화하는데 있음을 상기 시키면서 인플레이션 택스는 이러한 취지에 어긋나는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세금이 소득과 부의 불평등도 완화를 위한 재분배 수단이라는 관점에서 언뜻 보면 인플레이션 택스는 공평한 것처럼 보인다. 왜냐하면 연간 인플레이션율이 10%인 경우에 소득이 3,000만원인 사람은 300만원의 인플레이션 택스를 부담하고, 연간 소득이 1억인 사람은 1,000만원의 인플레이션 택스를 부담한다. 자신의 소득 규모에 비례하는 인플레이션 택스이니 합리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소득이 낮은 사람은 세금을 면제해주거나 낮은 세율을 적용하고, 소득이 높은 사람에게는 높은 세율을 적용한다. 이러한 관점(수직적 공평성)에서 보면 인플레이션 택스는 공평한 것은 아니다. 연간소득이 3,000만원인 사람의 300만원 세금은 연간소득이 1억인 사람의 1,000만원보다 더 큰 희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근로소득이나 양도소득에 대한 세금은 누진적인 체계이다.
 
인플레이션 택스는 숨겨진 세금

인플레이션이 서민이나 봉급생활자에게 불리하듯이 인플레이션 택스도 그날 벌어 그날 먹는 서민층이나 월급으로 빠듯하게 살아가는 계층에게 불리하다. 왜냐하면 현금보유자(은행에 요구불예금보유자도 마찬가지이다)는 인플레이션 택스로부터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부유한 계층은 현금을 안전한 금융자산이나 부동산의 형태로 보유할 수 있으므로 인플레이션 택스로부터 벗어날 수 있고, 때에 따라서는 높은 수익도 올릴 수 있다. 따라서 정부나 국회는 서민생활을 위협하는 인플레이션이나 인플레이션 택스를 완화하기 위한 물가안정정책이나 재정건전성을 확립하는 정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실질소득이 하락하고, 일자리 잡기가 어렵고, 생활비는 올라가고, 생활수준은 하락하는 4중고를 겪는 서민과 중산층에게 더욱 불리하게 작용할 인플레이션 택스를 방지하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

인플레이션 택스의 부작용은 만만치 않다. 그러나 고지서로 통보되는 세금보다는 국민의 저항이 약한 편이다. 그 이유는 인플레이션 택스가 숨겨진 세금이기 때문이다. 월급봉투에서 직접 떼어가는 세금이 아니고 돈을 쓸 때 간접적으로 부담하는 세금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거부감은 훨씬 약하다.
 
돈을 쓸 때 간접적으로 부담하는 세금에 대한 일반 국민들의 거부감은 훨씬 약하다. <출처:NGD> 

아무리 숨겨진 세금이라 할지라도 인플레이션 택스는 여전히 서민생활을 위협하고, 중산층과 서민층으로부터 부유층으로 부의 이전을 가능하게 한다. 따라서 “인플레이션 택스는 국가를 부유하게 만들지 못하고, 단지 서민들을 더욱 가난하게 만들 뿐”이라고 미국 택사스 출신의 공화당 하원위원인 폴(Ron Paul)박사는 밝혔다.
 
참고문헌:  Ron Paul, "The Inflation Tax," 2006, 7. 18. (http://lewrockwell.com/paul/paul33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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